장모-사위 갈등 해소법

 

 

 

자신의 감정 잘 표현하고 사소한 배려에 감동

장모를 유괴한 범인이 전화를 걸어
"돈을 보내지 않으면 이 여자를 죽이겠다"고 협박하자
사위가 말했다. "장모를 풀어주면 경찰에 고발하겠다."
장모와 사위의 갈등을 빗댄 우스개다.
고부 갈등에 비해 장모와 사위의 갈등은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 있지는 않으나 훨씬 더 아프고 심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김병후씨는
"여자들은 문제가 생기면 참지 못하고 주위에 호소하거나
드러내지만 남자들은 혼자 참다가 병적인 상태가 되어야
드러난다"며 "최근에는 장모와 갈을 빚어 신경정신과를
찾는 남성들이 점점 늘고 있다"고 한다.

시어머니와 문제가 있는 여성들은 일단 남편에게 짜증이나
신경질도 부리고 친정엄마, 친구들에게도 거침없이 시어머니
흉을 본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해소도 되고
'고부갈등은 영원한 숙제'라면서 참고 넘기기도 한다.
하지만 장모와 갈등이 생겼을 때 남자들은 아내에게 고자질을
할 수도 없고 자기 어머니에게 투정을 부리거나 친구들에게
 넋두리를 늘어놓지도 않는다.
그저 혼자 끙끙 앓다가 가출, 이혼 등의 극단적인 행동도 한다.

또 남편과 갈등이 있는 여성의 경우 남편에게 얻지 못하는
안정감과 푸근함을 엄마로부터 얻으려 하고 자기 딸에게
소홀한 사위에게 장모는 더욱 섭섭해서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친정 엄마 비난 못 참는 아내들

김병후씨는 "엄마와 딸 사이의 밀착도는 원초적이고
본능적이며 상상을 초월한다"면서
엄마에게 딸은 다른 존재가 아닌 또 하나의 자기여서
투사심리가 강해 사위에게 기대를 하고 원망도 해서
갈등이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렇다면 해결법은 없는 걸까.

"장모를 싫어하는 남자들은 대부분 아내에게 '당신 엄마는 말야...
'라며 불만을 표현하거나 아내까지 싸잡아 비난합니다.
그런데 여자들은 자기보다 친정식구,
특히 엄마를 비난하는 것을 가장 못견디고
자기가 욕을 먹는 것보다 더 분하게 여깁니다.
장모와 갈등이 있다면 절대 장모의 단점을 공격하지 말고
아내를 내 편으로 끌고 와야 합니다.
아내가 엄마가 아니라 나와 있을 때 더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남은 인생을 책임질 사람은 나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장모와 사위의 갈등은 이성간의 갈등이다. 각자 입장에서
기대치가 충족되지 않아 불만을 가지면서 불거져나온다.

장모는 사위에게 자연스럽게 이상적인 남성상을 기대하며
"내 딸만은 멋진 남자에게 제대로 된 사랑을 받고 살았으면'하는
희망을 품는다. 그러나 그런 장모의 이상과 기대치를 사위가
만족시키지 못할 때 불평 불만을 표출한다.
과거엔 출가외인, 여필종부 등의 말을 외며 참고 살라고 했지만
요즘 어머니들은 "난 억울하게 살아도 내 딸은 절대 나처럼 살게
하지 않겠다"는 분노와 억울함을 사위에게 당당하게 표현한다.

장모와 10년째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박광모씨는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고 장모를 배려해주는 것이
사이좋은 장모 사위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정씨의 장모는 자존심이 매우 강하다.
정씨는 "손녀와 함께 쓰시라며 집에서
제일 커다란 안방을 장모 방으로 배정했고 생일,
명절 등에도 꼭 선물을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음식이 맛이 없을 때는 '장모님, 애정이 식었나봐요'라고
투정도 하고 더울 때는 '저 옷 좀 벗습니다'라고 러닝셔츠도 훌렁 벗어
스스로를 편하게 만든다.
그의 성격을 잘 알기에 장모도 충분히 이해하고 이웃들에게도
'우리 사위가 최고'라고 자랑을 한단다.

"커다란 것보다 사소한 것을 배려하는 것에서
장모가 감동하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선물을 사온다거나
나들이갈 때 꼭 모시고 가는 것 등이지요.
'집사람이 장모님 솜씨 반만 닮았으면...'
등의 입에 바른 칭찬도 필요하고요." 

어른인 장모가 현명해지는 것이 우선이긴 하다.
사위도 다른 집의 귀한 아들이라거나 눈에 넣어
안 아픈 내 딸이 사랑하는 남자임을 인식하고
가능한 한 딸 부부의 일에 간섭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다. 50년 이상 자기세계를
강고하게 구축한 장모의 성격을 교정하거나 갑자기
태도가 바뀌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사위나
딸이 먼저 노력을 해야 한다.
장모가 사소한 일로 섭섭해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무엇보다 아내에게 잘해주며 처가를 무시하는
발언을 자제할 것 등이다.

치매환자인 장모를 모시고 사는 정영근씨는
"장모나 어머니, 사위나 아들이란 관계를 떠나서
그저 나보다 어르신이라는 마음을 가지면 어지간한 일은
참고 견딜 수 있다"면서 "이제 치매에 걸려 당신조차 못
알아보는 장모가 제정신으로 잔소리를 할 때가 그립다"고 했다.
자원봉사도 하는데 아내의 어머니를 왜 못 모시냐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고부갈등에서 더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아들이듯 장모사위 갈등에서
더 고통을 겪는 것 역시 딸이자 아내이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두 사람이 사이가 좋지 않을 때 서로에게 원망과
죄책감이 동시에 느껴지기 때문이다.
친정어머니에게 두 아이를 맡긴 덕분에 직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는 커리어우먼은 이렇게 말한다.

감사와 칭찬이 갈등 해결의 묘약

"저는 일이 워낙 많아 야근이 잦아요.
남편은 공무원이라 일찍 들어오는 편이지요.
지쳐서 집에 들어오면 정말 편히 쉬고싶은데 엄마는 저를 붙들고
'김서방이 오늘 술을 마셨다'
'옆집 남편은 선물도 잘하던데 김서방은 뭐냐' 등의
흉도 보고 하루종일 있던 일을 보고하느라 바쁘세요.
남편은 남편대로 아내가 아니라 장모가 차려준 밥을 먹고
장모와 함께 드라마를 보느라 뚱해져서 늦게 오는
 저를 보는 얼굴이 잔뜩 부어있죠.
애들은 애들대로 할머니가 어쨌다,
아버지가 야단쳤다 난리고...
안팎곱사등이가 따로 없지만 갈등만 확대해석하기보다
장점만 보려고 해요.
저를 대신해 아이 키우고 살림 맡아주는 엄마,
장모 잔소리를 묵묵히 받아주는 남편,
할머니 손에 잘 커주는 아이들이 다 고맙거든요."

장모와 사위의 갈등 역시 감사와 칭찬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자네가 최고야" "장모님 덕분에 우리 가족이 행복합니다'
등의 칭찬과 감사는 장모사위만이 아니라
온가족의 갈등을 해결하는 치료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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