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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랭이가 찢어지는 것보다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려면

가랭이가 찢어진다

 

우리 나라 속담을 진즉 몸소 터득했으니

서른이 갓 넘어서이다

 

스믈 여섯에 사모가 되어 단독목회를 따라나섰다

어미의 자격을 갖추기전 엄마가 되듯이

사모의 자격을 갖추기전 사모가 되었으니

 

첫 목회지라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히히낙낙 나 생긴대로 살았다

교인들과 윷놀이 하면서 소리지르고

탁구도 치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참 서툰 사모였는데 교인들의 사랑을 받았든거 같다

일년 육개월후 목사안수 받고 읍내 교회로 이사할 때

중직되시는 남자 집사님들이 우리 이삿짐을 따라와

이삿짐을 풀어주고  가셨으니 말이다

 

지금은 세종시가 되어 모두 밀어부쳐

첫 부임지가 없어져 버렸지만

 

다음 부임지부터

나는 사모와 참 안맞는 사람이란걸 알았다

 

나이만 먹었지 속사람은 어른이 아니라 소녀인체

성장이 멈췄으니 어른들을 품을 힘이 없었다

 

내가 바라는 사모의 상

교인이 바라는 사모의 상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감때문에

점점 시들어가고 죽어가고 있었다

 

먹고 입는 이야기

남편과 아이들 이야기

아니면 남의 이야기에 침을 튀기는

어른들 틈에서 숨이 막혀가면서

사모를 흉내만 내다가는 내가 살아남지 못할거란 생각이 들었다

 

벗어버리자

그냥 내 모습 그대로 살아지자

뱁새는 황새를 따라가지 못한다

 

나의 색갈이 저들이 바라는 색갈이 아니드라도

그건 할 수 없다

 

그렇다구 시내 모교회 목사님이 무방비 상태로 있는 어린 사모인 내 앞에서

방귀를 빵빵 끼어대어 기절할뻔 한 일처럼

그렇게 무대뽀로 정직하게 나를 보일 필요는 없었겠지만

그래도 나를 살기로 하니 자유함이 오기 시작했다

 

어쩌면 버르장머리가 없고

조심성도 없고

잘난체해 보이고

교만해 보이기도 할테지만

 

나의 모습 그대로를 그들이 받아들이고

그렇게 길들여지기를 바랬다

 

그래서 언제나 자유부인같은 나에게서는

사모냄새가 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아님 너무 영적이지 못해서인지도 모르지

 

모 카페에 처음 글을 올렸을 때

이게 사모가 맞냐 아니냐로 갑을병론 시끄러웠다고 한다

너무 훌훌 솔직히 옷을 벗는 사모를 본적이 없었는지

이렇게 낯선 사모를 처음 보았는지 히히히

 

요즘은 솔직 담백한 토크쇼가 유행이다

꾸미고 감추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일어나는 솔직한 삶의 냄새말이다

 

사모들도 그렇게 담백하고 솔직한 자기의 모습 그대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다고 무조건 나서고 자기 주장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지금도 나는 당회에서 제직회에서 무엇이 결정되었는지

내용조차 모르고 일이 진행되어질 때가 되어야 알아차린다

 

자기가 아닌 자기를 산다는 것은 너무 피곤하고 지치는 일이다

그래서 가랭이가 찢어지는것 보다는

내 모습 이대로 받으신 주님이시니

사람 앞에서 가장 나다운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편하드란 이야기다

 

재능이 있다 없다는 사모의 성공여부와 관계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없는대로 받으시고 있는대로 받으시는 분이시니까

 

분주한 마르다보다

예수님과 눈을 맞추는 일에 우선순위를 둔

마리아의 지혜를 일찌기 깨달았으면

나는 좀더 다른 사모의 길을 걸었을지도 모른다

 

거룩한 부담감보다 가랭이 찢어지지 않은 쪽을 택했으니

이렇게 산 것이 최선의 길이었는지

그건 잘 모르겠다

 

핑게 없는 무덤 없다구 하지만 잘 살아온 사모로서 보다

서툴게 살아온 것에 대하여는 참 할 말이 많은 사모다

 

그래도 나는 나인걸 어쩌랴

  

글/산여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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